새벽 3시, 눈이 번쩍 떠집니다. 다시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이미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 내일 해야 할 일들이 꼬리를 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한국인이 한 해에만 130만 8,383명에 달했습니다. 2020년 103만 명보다 5년 새 26% 늘었습니다. 이 중 새벽에 자꾸 깨는 ‘수면 유지 불면증(Sleep Maintenance Insomnia)’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수면 과학 기전부터 원인별 분류, 근거 기반 해결법과 그 한계까지 솔직하게 다룹니다.
🔬 직접 겪어보니
10년 운영하던 가게를 폐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면 패턴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한동안 새벽마다 한두 번씩 깨며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환경 변화와 스트레스가 수면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몸으로 직접 배웠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해결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원인을 알고 나서는 대처가 달라졌습니다.
📋 이 글의 핵심 요약
- 새벽 3~4시는 수면 압력이 소진되고 코르티솔이 상승하는 ‘생리적 취약 구간’입니다
-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서파수면 N3)이 줄어 작은 자극에도 깨기 쉬워집니다
- 원인은 스트레스·생리적 질환·혈당·일주기 리듬 교란 4가지로 구분됩니다
- CBT-I, 온열 요법, 멜라토닌 선택법 등 근거 기반 방법을 원인에 맞게 적용해야 합니다
- 2주 이상 지속·주간 기능 저하 동반 시 수면클리닉 방문이 필요합니다

1. 새벽에 자꾸 깨는 이유 — 수면 과학의 핵심 2가지 기전
새벽 3~4시 각성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수면 생리학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간대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두 가지 힘이 균형을 맞춥니다. 하나는 깨어 있을수록 뇌에 쌓이는 ‘수면 압력(Process S)’이고, 다른 하나는 시상하부의 생체 시계가 24시간 주기로 조율하는 ‘일주기 리듬(Process C)’입니다. 수면 후반부인 새벽 3~4시가 되면 하루치 수면 압력이 거의 소진됩니다. 이때부터 수면 유지는 일주기 리듬 하나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이 시간대는 체온이 서서히 오르고 코르티솔이 기상을 준비하며 각성 신호를 강화하는 생리적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즉 새벽 3~4시는 수면 압력과 각성 신호가 동시에 교차하는 구조적 취약 구간입니다. 두 가지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1-1. 수면 압력과 일주기 리듬의 충돌
수면을 조절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론은 이중 프로세스 모델(Two-Process Model)입니다. 보르벨리(Borbély, 2022)가 정립한 이 모델에서 수면은 두 힘의 균형으로 결정됩니다.
- Process S (수면 항상성) —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뇌에 아데노신이 쌓이며 졸음 압력이 높아집니다
- Process C (일주기 리듬) — 시상하부의 시신경교차상핵(SCN)이 24시간 주기로 각성·수면 신호를 조율합니다
문제는 수면 후반부입니다. 수면 후반부(취침 시각과 개인 수면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새벽 3~4시 무렵)가 되면 Process S의 수면 압력이 크게 줄어들어 낮은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때부터 수면 유지를 Process C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일주기 리듬상 이 시간대는 체온이 서서히 오르고 각성 신호가 강해지는 전환점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뇌가 깨어나기 쉬운 ‘생리적 사각지대’가 됩니다.
1-2. 코르티솔 각성 반응(CAR) — 몸이 하루를 준비하는 방식
코르티솔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이른 새벽부터 점진적으로 분비가 증가하며, 기상 직후 30~45분 사이에 최고조(CAR)에 달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이 반응이 자연스러운 기상 준비 역할을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나 불안 상태에서는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과활성화되어 코르티솔이 이미 높은 기저 수준을 유지합니다.
이 상태에서 새벽의 자연스러운 코르티솔 상승이 뇌의 편도체를 자극해 ‘위협 감지’ 신호를 보내면, 가벼운 REM 수면 상태의 뇌가 완전한 각성으로 튕겨 오릅니다.
2025년 Klaas 등이 Journal of Sleep Research에 발표한 연구(PMC12035071)에 따르면, 코르티솔 각성 반응은 각성 자체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일주기 리듬에 의해 각성 전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즉 새벽에 깨는 것은 코르티솔 때문이 아니라, 코르티솔이 오르는 것과 잠이 깨는 것이 같은 일주기 신호의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2. 나이가 들수록 새벽에 더 자주 깨는 이유
2-1. 서파수면(N3)의 감소 — 수면의 방어벽이 얇아진다
깊은 잠인 서파수면(N3, Slow Wave Sleep)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합니다. 이 단계가 줄어들수록 사소한 소음이나 체온 변화만으로도 뇌가 각성 상태로 이행합니다.
Ohayon 등(2004)이 3,577명 PSG 데이터를 분석한 메타연구(PMC2861565)에 따르면 연령별 N3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령대 | N3 비율 (평균) | 변화 추세 |
|---|---|---|
| 15~24세 | 23.1% | 최고점 (Peak) |
| 25~34세 | 19.5% | 소폭 감소 |
| 35~49세 | 17.8% | 안정적 유지 |
| 50~64세 | 14.6% | ⬇ 가속 감소 |
| 65세 이상 | 8.6% | ⬇⬇ 급감 |
50대 이후 N3가 줄어들면 밤의 절반 이상을 얕은 수면(N1, N2)에서 보내게 됩니다. 과거에는 인식조차 못했던 미세한 온도 변화나 관절의 불쾌감만으로도 쉽게 깨어납니다.

2-2. 44세·60세 — 수면 구조가 급변하는 두 번의 전환점
스탠퍼드대 Michael Snyder 교수팀이 2024년 Nature Aging에 발표한 연구(DOI: 10.1038/s43587-024-00692-2)에 따르면, 체내 대사물질·단백질·미생물군집 등 13만 5천 개 이상의 분자 지표가 44세 전후와 60세 전후 두 시기에 급격한 비선형 변화를 겪습니다.
이 두 시기는 수면 구조 변화와도 맞물립니다. 40대 중반부터 지질 대사와 심혈관 관련 분자들이 급변하고, 60세 전후에는 면역 조절과 신장 기능이 큰 변화를 보입니다. 중년 이후의 불면이 20~30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이유입니다.
3. 내 새벽 각성의 원인은? — 4가지 유형으로 구분
새벽 각성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생리적·심리적·생활습관 요인이 겹쳐 발생합니다.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첫째, 스트레스와 불안이 코르티솔 기저 수준을 높여 새벽 각성 역치를 낮추는 심리적 유형. 둘째, 전립선비대증·수면무호흡·폐경기 호르몬 변화 같은 생리적 구조 변화. 셋째,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 새벽에 혈당이 급등하는 ‘새벽 현상(Dawn Phenomenon)’. 넷째, 불규칙한 취침·기상 시간이 일주기 리듬을 교란하는 생활습관 유형입니다. 어떤 유형이 주원인인지 파악해야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며,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3-1. 스트레스·불안·반추 사고 (가장 흔한 원인)
불면증 환자의 30~50%가 심리적 요인을 동반합니다. 주간에 쌓인 스트레스가 새벽 코르티솔 상승 폭을 키우고, 가벼운 REM 수면 중 각성을 유발합니다. 깨고 나서 “다시 못 자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더해지면 교감신경이 재활성화되어 재입면이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환경 변화(이직·이사·관계 변화 등)나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 패턴이 두드러집니다. 코르티솔 조절 기능이 무뎌진 만성 피로 상태에서는 새벽 각성이 고착화되기 쉽습니다. 코르티솔 수치를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낮추는 방법은 코르티솔 수치 낮추기 — 뱃살·다이어트와 연결되는 음식에서 따로 다룹니다.
3-2. 생리적 원인 — 전립선·수면무호흡·갱년기
신체 구조적 변화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 전립선비대증(BPH) · 야간뇨 — 60대 이상 남성의 약 60%가 야간뇨를 경험합니다. 화장실 때문에 깬 뒤 스트레스가 겹쳐 재입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폐쇄성 수면무호흡(OSA) — 상기도 근육이 이완되며 호흡이 반복 차단됩니다. 코골이보다 잦은 각성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60대 이상 남성에서 40대 대비 유병률이 약 1.7배 증가합니다
- 폐경기 호르몬 변화 — 에스트로겐 저하 자체가 수면-각성 회로를 교란합니다. 안면홍조가 없어도 FSH 상승만으로 새벽 각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폐경 이행기 여성의 40~60% 이상이 수면 유지 불면증을 호소합니다
3-3. 혈당 새벽 현상 vs 코르티솔 각성 — 구분하는 법
임상 현장에서 자주 혼동되는 두 가지 기전입니다.
| 구분 | 새벽 현상 (Dawn Phenomenon) | 코르티솔 각성 반응 (CAR) |
|---|---|---|
| 주요 증상 | 심한 갈증, 야간 빈뇨, 공복감 |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원인 모를 긴장감 |
| 기전 | 간에서 포도당 방출 → 혈당 급등 | HPA축 과활성 → 교감신경 ‘투쟁-도피’ 반응 |
| 위험군 | 당뇨 전단계, 인슐린 저항성 있는 경우 | 만성 스트레스, 불안장애, 번아웃 상태 |
두 기전은 별개로 작동하지 않고 상호 증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증상만으로 완벽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지속될 경우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3-4. 일주기 리듬 교란 — 불규칙한 생활 패턴
취침·기상 시간이 불규칙하면 SCN이 수면 신호를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합니다. 야간 블루라이트 노출이나 야근·교대 근무도 일주기 리듬을 교란합니다. 오울루 대학(2026) 연구에 따르면 불규칙한 취침 시간은 중년기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2배 높입니다.

4.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해결법 — 근거 기반 선별
비약물 중재가 1차 권고입니다. 대한수면연구학회를 포함한 전세계 수면학회가 수면 유지 장애의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비약물 중재를 권고하는 이유는 장기 안전성과 지속 효과 때문입니다. 수면제는 내성·의존성 위험이 있는 반면, 행동 중재는 치료 효과가 지속됩니다. 다만 모든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원인이 만성 스트레스인 경우와 생리적 구조 변화(수면무호흡, 전립선비대증)인 경우는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근거 수준이 높은 방법부터 순서대로, 각 방법의 효과 범위와 한계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4-1. 인지행동치료(CBT-I) — 가장 강력하지만 오해도 많은 방법
대한수면연구학회를 포함한 전세계 수면학회가 1차 치료로 권고합니다. CBT-I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자극 조절 — 침대는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20분 이상 잠들지 못하면 침대에서 나와 다른 공간에서 조용한 활동을 합니다. 침대 = 수면 조건반사를 재형성하는 방법입니다
- 수면 제한 — 실제 수면 시간만큼만 침대에 있는 시간을 제한해 수면 압력(Process S)을 극대화합니다
주의할 점 — 2021년 MedRxiv 연구(DOI: 10.1101/2021.10.21.21265019)에 따르면, CBT-I는 불면 고통(ISI 척도)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뇌파(PSG) 기준 총수면시간·수면효율 등 객관적 지표는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CBT-I는 수면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치료라기보다, 깨어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을 낮추는 인지적 재구성 과정에 가깝습니다.

4-2. 온열 요법 — 족욕의 실제 효과와 조건
취침 50분 전 41~42°C 물로 20분 족욕을 하면 말초 혈관 확장을 통해 핵심 체온(Core body temperature)을 낮추고 수면 개시와 초기 유지를 돕습니다(2022년 노인 대상 RCT, n=50, PSQI 개선 확인).
단, 메타 회귀 분석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1회 적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반감됩니다. 너무 뜨거운 물이나 20분 초과 족욕은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4-3. 4-7-8 호흡법 — 단기 안정에는 유효, 만성 불면에는 한계
4초 흡입 → 7초 참기 → 8초 내쉬기의 방법입니다. 미주신경을 자극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단기 안정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Vierra 등, 2022, n=43, HRV 개선 확인).
다만 2023년 대조군 연구(n=100+, 4~8주 훈련)에서 기저 불안 수치(특성 불안)와 생리적 스트레스 마커를 대조군 대비 유의미하게 낮추지 못했습니다. 교감신경 항진이 심한 만성 불면 환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4-4. 멜라토닌 선택법 — 새벽 각성에는 속방형이 아닌 서방형
멜라토닌은 입면 목적이냐, 수면 유지 목적이냐에 따라 제형이 달라집니다.
| 구분 | 속방형 (Immediate-Release) | 서방형 (Prolonged-Release) |
|---|---|---|
| 방출 방식 | 복용 즉시 혈중 농도 급상승 | 8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 |
| 적합한 증상 | 잠들기 어려운 사람 | 새벽에 자꾸 깨는 사람 |
| 반감기 | 40~50분 | 8~10시간 |
2020년 대한수면연구학회 임상 진료 지침(PMC7711116)에 따르면, 55세 이상 성인의 수면 유지 장애에 서방형 멜라토닌 제제가 권고 옵션 중 하나로 논의됩니다. 일주기 리듬의 새벽 교란을 보완하는 역할로, 개인 상황에 따라 의료진과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약국에서 흔히 파는 일반 멜라토닌은 대부분 속방형이라 새벽 각성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면 유지 목적에 맞는 서방형 제품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5. 병원 가야 할 때 — 적신호 5가지 체크리스트

새벽 각성이 주 3회 이상, 2주 이상 지속되고 주간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 진단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냥 잠이 없는 체질’이라고 넘기지만, 수면 유지 장애는 명확한 의학적 진단 기준이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코골이·호흡 단절·다리 불쾌감·야간뇨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CBT-I나 수면 위생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원인에 맞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며,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면역 저하·우울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 5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수면클리닉 방문을 권장합니다.
🚨 병원 방문이 시급한 적신호
- 수면 중 호흡 단절 — 동거인이 코골이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를 목격한 경우 (수면무호흡 의심)
- 다리 불쾌감 — 취침 전·새벽 각성 후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으로 움직여야만 진정되는 경우 (하지불안증후군)
- 심각한 주간 졸림 — 대화 중이나 운전 정차 중에도 강하게 잠에 빠져드는 경우 (엡워스 척도 10점 이상)
- 새벽 각성 시 극심한 불안·공포 — 눈 뜨자마자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극도의 불안감이 동반되는 경우
- 수면 보조제 의존 — 항히스타민 계열 수면 유도제나 보충제를 3주 이상 매일 복용해도 개선이 없거나 스스로 용량을 늘리는 경우
한국의 수면다원검사(PSG)는 수면무호흡 진단 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확대 적용되어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수면클리닉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6. 한국인 수면 현황 — 130만 명이 잠 못 자는 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가 130만 8,383명으로, 2020년 103만 명보다 5년 새 26% 늘었습니다. 연령·성별 분포를 보면 60대 여성(17만 9,319명)이 1위, 50대 여성(13만 9,987명)이 2위입니다. 폐경기 생물학적 변화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통계는 의료기관에 실제 내원한 환자만을 집계한 것입니다. 수면제나 음주로 버티면서 병원을 찾지 않는 ‘은둔형 불면 인구’까지 합치면 실제 유병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벽 각성으로 힘들어도 “이 정도는 다들 그렇겠지”라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제 비교도 암울합니다. OECD 최신 데이터(2024 기준)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약 7시간 12분으로, OECD 평균 7시간 58분보다 약 46분 짧습니다. 이미 절대적 수면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벽 각성 한 번이 발생하면 수면 부채를 만회할 여지가 없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통계는 의료기관에 실제로 내원한 환자만 포함합니다. 수면제나 음주로 버티는 ‘은둔형 불면 인구’까지 합치면 실제 유병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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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는 트립토판이 제한적이나마 임상 근거를 가진 성분이라, 원인을 좁힌 뒤 참고해 볼 만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1. 새벽에 깼을 때 스마트폰을 보면 안 되나요?
권장하지 않습니다.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뇌를 완전히 각성시킨다는 점입니다. CBT-I 자극 조절 원칙에서도 “침대 위에서 각성을 유발하는 행동”은 수면 조건반사를 망가뜨립니다. 깼을 때는 어두운 환경 유지, 눈을 감고 이완 호흡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낫습니다.
Q2. 수면제 없이 새벽 각성을 고칠 수 있나요?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스트레스·불안·일주기 리듬 교란이 주원인이라면 CBT-I, 규칙적인 기상 시간, 카페인·음주 관리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면무호흡·하지불안증후군·갱년기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라면 비약물 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원인에 맞는 의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Q3. 마그네슘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맞나요?
마그네슘이 근육 이완과 신경 안정에 기여하는 생화학적 기전은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리뷰 연구에 따르면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시험(RCT)에서 마그네슘 단일 제제가 객관적 수면 시간을 연장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현재까지는 “가능성 있는 보조제” 수준으로, 기대를 너무 크게 갖기보다 수면 위생 개선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4. 낮잠을 자면 새벽 각성이 더 심해지나요?
3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은 주간 피로를 낮추면서도 수면 압력(Process S)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후 3시 이후의 긴 낮잠(1시간 이상)은 야간 수면 압력을 낮춰 밤 입면을 어렵게 하고 새벽 각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낮잠을 자더라도 20분 이내, 오후 2시 이전이 권장됩니다.
8. 마치며
새벽에 자꾸 깨는 이유는 나쁜 습관이 아니라, 수면 생리학적 취약 구간과 개인 상황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수면 압력이 소진되는 새벽 3~4시, 코르티솔이 상승하는 일주기 전환점, 나이가 들수록 얇아지는 깊은 잠(N3)의 방어막 — 이 모두가 새벽 각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원인이 스트레스인지, 생리적 변화인지, 일주기 리듬 교란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지며, 올바른 원인 파악이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지켜 일주기 리듬의 기준점을 고정합니다. 둘째, 새벽에 깼을 때 ‘못 자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줄이는 것이 CBT-I의 본질입니다. 셋째,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생리적 징후가 동반된다면 전문가 진단이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새벽 각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수면의 질 개선법은 잠 잘 자는 법 — 숙면의 과학 종합 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수면은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만들어 찾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수면을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각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조금 깨더라도 괜찮다는 인식 전환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벽 각성을 줄이는 첫 걸음이 됩니다.
참고 자료
Borbély AA et al. (2022). The two-process model of sleep regulation: a reappraisal. J Sleep Res. PMC9540767.
Klaas VC et al. (2025). The cortisol awakening response: Fact or fiction? J Sleep Res. PMC12035071.
Ohayon MM et al. (2004). Meta-analysis of quantitative sleep parameters. Sleep. PMC2861565.
Snyder M et al. (2024). Massive biomolecular shifts occur in our 40s and 60s. Nature Aging. DOI: 10.1038/s43587-024-00692-2.
Manber R et al. (2016). CBT-I for insomnia in depression. Sleep. PMC9319701.
MedRxiv (2021). CBT-I does not improve objective sleep measures. DOI: 10.1101/2021.10.21.21265019.
Korean Sleep Research Society (2020).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Insomnia. PMC7711116.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2024). 수면장애 진료 환자 통계. 국회 보건복지위 제출 자료.
OECD Health at a Glance (2024). Sleep duration by country. doi.org/10.1787/adc6578a-en.